조선일보 사이언스조선 - 홍아름 기자
암 주변 지방세포에서 분비되는 신호 물질이 암 성장을 돕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한웅 연세대 생화학과 교수 겸 젬크로 대표이사 연구진은 비만 세포에 의해 암이 성장하는 원리를 규명했다고 28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지난 14일 게재됐다.
비만은 암을 일으키는 주요 위험 요인으로 지목돼왔다. 실제 비만 환자의 경우 암이 재발하는 확률이 높고 사망률도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비만 환자의 몸 전체에 걸쳐 일어나는 대사질환이나 염증반응이 암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예상했다.
연세대 연구진은 비만 관련 암이 유방암, 대장암처럼 원래 지방조직이 많은 장기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주목했다. 암세포와 지방세포 사이의 신호전달 체계를 살핀 결과, 암세포가 인접한 지방세포의 형질 전환을 유도하는 사실을 확인했다. 변형된 지방세포는 암 성장을 돕는 ‘BECN1-YAP/TAZ’ 신호를 활성화하는 물질을 분비했다.
이 신호는 고지방 식단으로 비만을 유도한 실험 쥐에서 과도하게 활성화됐다. 연구진이 쥐에게 BECN1-YAP/TAZ 신호를 억제하는 약물 ‘베르테포르핀’을 주사하자 항암 효과가 나타났다. 비만 개체에 효과적인 새로운 항암 치료제를 발굴한 것이다.
이한웅 교수는 “앞으로 비만 환자를 표적으로 하는 치료법이 빠르게 도입될 필요가 있다”며 “단순한 비만 여부보다는 지방세포의 건강이 암세포의 성장을 결정짓는 정확한 지표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